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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국문)

흉부외과 의사 부족 현상은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작성일 20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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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의사 부족 현상은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 김동섭(조선일보 논설위원)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해 경기도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환자의 가족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다른 병원에 가라"며 환자를 내쫓는 것이었다.

"대학병원이 왜 응급환자를 거부하느냐"며 항의했지만 병원측은 "우리도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사과만 할 뿐이었다. 이 병원은 24개 진료과목 중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7개과는 레지던트가 한 명도 없다. 교수들이 퇴근하면 야간 진료를 담당할 의사가 없어 환자를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의사 부족'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의사가 7만 5000여명으로 인구 대비로는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의사들이 사고 위험이 높은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같은 특정과들을 기피하는데다 도시에 의사들이 몰려 과목별, 지역별 의사 편중에 따른 의사 부족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대학병원의 흉부외과들은 이미 의사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실제 심장 수술을 하려면 레지던트 3, 4년차들이 수술을 도와주는 게 상례였지만 지금은 간호사와 인턴이 그 역할을 떠맡는 곳이 태반이다. 전국 59개 대형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곳이 23곳이나 된다.

게다가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를 한명도 뽑지 못한 병원도 37곳이나 된다. 지금은 그럭저럭 꾸려갈 수 있지만 앞으로 흉부외과 의사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얘기들이 나온다. 현재 전국의 흉부외과 의사는 830명인데 50대는 159명, 40대는 418명이고 30대는 198명에 그친다. 이처럼 주력부대인 40대가 은퇴하게 되는 15~20년 뒤면 흉부외과 간판을 단 의사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확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흉부외과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외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본에서도 산부인과 정형외과 소아과 의사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산부인과 의사를 찾지 못해 도쿄 도심에서 7개 병원을 돌아다니다 사망한 임산부가 나올 정도다. 시골 지역엔 의사를 구할 길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의사를 고용해 수급을 맞추려고 하지만 쉽지않다고 한다.  

미국은 오히려 일반 외과나 가정의학 의사 부족에 시달린다. 의사들이 보수를 많이 받는 정형외과나 비만치료, 흉부외과, 응급의학 등 특수전문의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흉부외과 의사 연봉이 50만~60만 달러로 가장 높다. 위험한 환자나 응급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다르다. 흉부외과나 산부인과는 보수도 적은데다 근무환경이 나쁘고 위험부담이 커 기피 대상이 된지 오래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타개하겠다고 하지만 뾰족한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고작 내놓은 해법이 비인기과목의 전공의들에게 월 30만원씩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현재 수가는 2001년부터 시작된 상대가치제로 위험도나 숙련도를 점수로 매겨 돈으로 환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상대가치제라는 게 당초 수가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게 아니어서 모순이 많다. 일본에 비해 수가가 다섯배나 높은 분야도 있다고 한다. 물론 수가체계를 뜯어 고치면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고 동네의원들보다 대형병원들의 배만 채워주는 체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어렵고 힘든 분야는 수가를 올리는 제도로 고쳐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이런 수가체계를 손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시골 병원들엔 수가를 높이거나 가산료를 줘 시골에도 의사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산부인과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분야는 정부가 보험료 절반을 대주는 획기적인 지원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의사는 의사대로 고통받고 국민은 국민대로 의사 부족이란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한번 잘못 간 길을 원상회복시키려면 몇배의 힘이 든다. 돈은 돈대로 들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도 힘든 처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사 장기 수급을 위한 연구를 통해 의료 현장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의사들이 모두 돈되는 미용이나 성형의사로 달려가도록 마냥 방치만 할 수 없다. 일본의 의사 부족 현상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10년 뒤를 예고해주는 생생한 현장이고 바로미터이다. dskim@chosun.com

출처:2008년 11월 24일 (월) 10:35:51 의협신문 kmatimes@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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